정정식

작가노트
인간
지구상 동식물 중 미래를 가장 두려워하는 영장류.
달리는 차 안에 앉아 삼라만상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집합체.

시간
처음부터 지금까지 결코 움직인 적이 없었던 점.
인간이 편리한 잣대로 만들어 놓은 개념.
시간의 길고 짧음, 크고 작음.
생존의 단위들.

과일
모든 생명체들의 종을 번식할 수 있는 열매.
그로써 자신의 종을 번식하는 열매.
생성과 소멸의 연속성을 가진다.
아름답다.
인간도...


우주 속에 한 티끌도 되지 않은 조그마한 부피로서의 인간.
상상력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특이한 권리이고 무한한 에너지이다.

우주는,
무한하다.
은하계는 우주 속에서 티끌보다 작다.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 밑에도 작은 공간 속으로의 끝없는 세계가 존재하듯.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극소의 우주 공간도 끝이 없는 무한대다.
크기의 대소 시공을 초월하는 그 중간쯤 어느 선상에서
인간들은 지구 속 육체라는 주어진 공간에서 모종의 체험을 하고 있다.
거대한 대자연 안에서 인간의 삶은 찰나다.
현존하는 육체 안에서의 체험은 짧다.
영혼은 영원하다.
상상은 대소와 시공을 초월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거대한 특권이다.

지금 세계는 우주로 간다.
새 인류가 살아갈 행성을 찾아.

어린이들이 내 그림 속 우주를 보며 웃고 떠들면 좋겠다.

과일.
인간들이 미래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바이블 같은...
아름답다. 그린다...

상상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과일이 태초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의 원인물이다.
웃는다.

작가경력
정정식의 작품은 딸기, 포도 등 과일을 우주적 상징으로 재현하며 극대와 극소, 유한과 무한을 대조한다. 기하학적 구조와 자연 배경 속에서 과일은 행성처럼 떠있으며, 다산의 생식력과 덧없음을 동시에 상징한다. 초현실주의적 코드와 극사실적 재현 기술로 상상의 세계를 구체화해,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우주관을 표현한다. 인간은 배제되나 과일을 매개로 한 유기물과 무기물의 중첩, 시간의 상대성(찰나와 영원의 동일)을 시각화한다. 생물학적·문화적 유전자 개념을 확장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격세유전적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과일 한 알에 내재한 우주의 신비를 통해 세계의 연속성과 상호의존성을 제시하며, 고전적 회화의 역할을 재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