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 소더비서 3,300억 원 역대급 낙찰


현대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 경신…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에 이어 역대 2위 기록

(뉴욕=소더비)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걸작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Portrait of Elisabeth Lederer)>이 전 세계 미술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본사에서 열린 저녁 경매에서 이 작품은 2억 3,640만 달러(한화 약 3,300억 원)에 낙찰되며 현대 미술(Modern Art) 경매 역사를 다시 썼다. 

이번 낙찰가는 2022년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약 1억 9,500만 달러)이 세운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은 것으로, 전체 미술품 경매 역사를 통틀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4억 5,030만 달러)에 이은 역대 2위의 기록이다. 

20분의 숨 막히는 경합, 그리고 신기록 

소더비의 새로운 본사 브로이어 빌딩(Breuer Building)에서 열린 이번 경매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에스티 로더 가문의 상속자이자 저명한 컬렉터였던 故 레너드 로더(Leonard A. Lauder)의 소장품으로 나온 이 작품은 예상가 1억 5천만 달러를 훌쩍 넘기며 시작되었다. 

현장에서는 약 20분간 6명의 입찰자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가격이 2억 달러를 돌파하는 순간 장내에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종 낙찰자는 전화 응찰자로 알려졌으며, 소더비 측은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격동의 역사를 견뎌낸 ‘빈의 모나리자’

1914년부터 1916년 사이에 완성된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은 클림트의 ‘황금기’ 스타일과 후기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화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레더러는 당시 빈의 부유한 산업가 오거스트 레더러의 딸로, 클림트가 가장 아꼈던 후원 가문의 일원이었다. 

이 작품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역사적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레더러 가문의 컬렉션은 몰수당했으나, 이 작품만큼은 기적적으로 파괴를 면했다. 클림트의 다른 주요 작품들이 1945년 임멘도르프 성 화재로 소실된 것과 달리, 전쟁의 참화를 견뎌내고 원소유주 가문에게 반환된 몇 안 되는 대형 초상화 중 하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적인 낙찰가가 ‘희소성’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헬레나 뉴먼 소더비 유럽 회장은 경매 직후 인터뷰에서 “클림트의 전성기 대형 초상화는 대부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걸작이라는 점이 컬렉터들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그림 속 엘리자베스가 착용한 우아한 흰색 의상과 배경에 묘사된 동양적인 청색 톤의 조화는 클림트 특유의 장식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경매 결과로 구스타프 클림트는 명실상부한 ‘가장 비싼 현대 미술가’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으며, 세계 미술 시장은 2025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클림트 열풍’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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