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입체주의와 걸스타인의 3D 컷아웃: 차원 이동의 미학
평면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두 거장의 시선

미술사는 끊임없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투쟁의 기록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이 2차원 캔버스에 3차원의 환영을 심으려 했다면, 현대 미술은 그 환영을 깨부수거나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 속해 있으면서도 놀랍도록 닮아있는, 혹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차원을 다루는 두 예술가를 만납니다.
바로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걸스타인의 3D 컷아웃: 차원 이동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와 데이비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카소가 어떻게 현실의 부피를 평면으로 압축하고 해체했는지, 그리고 걸스타인이 어떻게 평면의 그림을 입체적인 조각으로 확장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아비뇽의 처녀들 ]



피카소의 입체주의: 3차원을 2차원으로 해체하다 

파블로 피카소는 시각적 현실을 단일한 시점에서 바라보는 전통적인 원근법을 거부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사물의 본질은 한쪽 면에서만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앞, 뒤, 옆, 위가 동시에 존재하는 총체적인 형태였습니다.
입체주의(Cubism)는 바로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피카소는 3차원의 대상을 기하학적 파편으로 쪼개고 해체하여 2차원의 평면 위에 재조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기법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론적 혁명이었습니다.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분석적 입체주의를 거치며 사물의 형태를 더욱 철저하게 분해했고,
결과적으로 캔버스라는 2차원 공간 안에 시간과 움직임이라는 4차원의 개념을 도입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걸스타인의 3D 컷아웃: 차원 이동의 미학을 논할 때, 피카소의 작업이 '공간의 압축'이라면 걸스타인의 작업은 '공간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 Magic Cloud ]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3D 컷아웃: 2차원을 3차원으로 확장하다

피카소가 캔버스 안으로 파고들었다면, 이스라엘의 거장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캔버스를 찢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양식인 '3D 컷아웃(Cutout)' 혹은 '벽 조각(Wall Sculpture)'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걸스타인은 종이에 드로잉을 한 뒤, 이를 금속판에 옮겨 레이저 커팅하고 그 위에 생생한 색채를 입힙니다.
중요한 점은 이 컷아웃들이 단일한 평면이 아니라 여러 겹(Layer)으로 중첩되어 설치된다는 것입니다.

이 층위(Layering) 기법은 물리적인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피카소가 하나의 평면에 여러 시점을 억지로 집어넣었다면, 걸스타인은 여러 개의 평면을 실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스스로 움직이며 다양한 시점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그의 작품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나 날아오르는 나비들은 2차원의 드로잉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벽이라는 지지체를 벗어나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3차원적 존재로 거듭납니다.

"나의 예술은 2차원적인 회화의 한계를 넘어 3차원 공간으로 그림을 해방시키는 과정이다. - 데이비드 걸스타인" 

해체와 적층, 두 가지 방식의 차원 이동
결국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걸스타인의 3D 컷아웃: 차원 이동의 미학은 '보는 행위'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입니다.
피카소는 대상을 해체하여 평면 위에 펼쳐 놓음으로써 관람객에게 지적 탐구를 요구했고, 걸스타인은 평면을 적층하여 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유희적 경험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이 정지된 화면 속에 갇힌 역동성이라면, 걸스타인의 작품은 실제 공간의 빛과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살아 숨 쉬는 역동성입니다.
특히 걸스타인의 작품이 벽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작품의 일부가 되어 제4의 레이어를 형성하는데, 이는 입체주의가 캔버스 위에서 명암법을 통해 부피감을 착시로 만들어내려 했던 시도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두 예술가는 모두 '평면'이라는 미술의 오랜 숙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차원을 넘나드는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목격하게 됩니다.





현대 미술에서 이 두 거장의 시도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디지털 아트와 VR이 등장한 오늘날, 가상과 현실,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가 열어젖힌 다시점의 미학과 걸스타인이 보여준 회화적 조각의 확장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틀이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상기시킵니다.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이동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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